늦어도 11시 전에는 자고, 좀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월요일은 그 루틴을 지키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저녁 10시 30분에 시작해서 보통 12시가 넘어야 끝나는 최강야구를 봐야 하기 때문인데요
루틴은 깨졌지만, 월요일 밤 시간은 이제 내게 없어서는 안 될 강력한 비타민이 되었습니다.
이번 최강야구 94회에 고교야구 드레프트 1위, 157km를 던지는 전주고 투수 정우주가 등장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했는데, 이 친구는 아니었습니다.
이 게임을 보며 느낀 놀라움과 즐거움으로 이번 포스팅을 합니다.
오..
대한민국 야구의 미래는
밝다.
목차
전주고 괴물 투수 정우주
1981년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까진 고교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누렸었습니다.
결승전이 있는 날은 길 거리가 조용할 정도였으니까요.
광주일고, 선린상고, 경북고, 대구상고, 천안북일고, 군산상고, 부산고, 경남고, 인천고, 충암고, 신일고...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강팀들입니다.
야구와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신 아버지 옆에 앉아, 대통령 배, 황금사자기, 청룡기를 함께한 멋진 추억이 야구와 영화를 좋아하는 지금의 나로 만든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가 시작되고, 고교야구에 대한 관심을 거의 가지지 않았는데, 최강야구를 보면서 그 불씨가 다시 살아났습니다.
각종 대회의 결승전은 다시보기로라도 챙겨보게 되었거든요.
몬스터즈가 그동안 상대했던 고교팀의 선수들 중
오.. 어린 친구가 제법인데!!
하는 감탄을 주는 눈에 띄는 선수가 몇 있었는데, 전주고의 투수 정우주는 확실히 레벨이 달랐습니다.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뿌리는 공이 150km를 쉽게 넘기고, 최고 구속 157km에 RPM이 2700까지 나오는 데다 커브와 슬라이더, 스플릿까지 무리 없이 제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구속과 RPM은 프로야구 상위권 투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거죠.
미국과 일본 리그에서 160km, RPM 3,000이 넘는 투수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고, 그 때문에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며 아쉬워했는데, 정우주는 잘 성장하면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내면의 강함이 느껴졌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유연함과 자기 관리능력, 1회 레전드 이대호와의 대결에서 빠른 공 3개로 삼진을 잡아내는 강심장을 겸비한 선수였습니다.
2025년 KBO신인 드래프트에 나오게 되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 히어로즈가 데려갈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고 하네요.
KBO를 넘어 MLB에서 대한민국을 빛낼 또 한 명의 선수로 남기를 기대해 봅니다.
레전드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
최강야구에 이렇게 깊게 빠지는 건, 지금보다 조금 젊은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시절 그토록 나를 열광하게 만들었던 레전드들의 플레이가 나를 10여 년 전으로 돌려놓기 때문이죠.
삼성라이온즈 최고의 전성기를 이끈 장원삼, 3게임 연속 완봉승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
말이 필요 없는 두산 베어스의 원, 투 펀치 니퍼트와 유희관
그리고 이대호, 정근우, 이택근, 정성훈, 박용택, 정의윤, 김문호가 한 팀이 되어 풀어나가는 게임들을 보는 건, 아이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펜서 등이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어벤저스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롯데 자이언츠 2군과의 지난 경기에서 게임은 졌지만, 이대호가 동점 홈런을 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고 꽤 오랫동안 전율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순간들이 하나, 둘 모여 내 삶이 행복해지는 걸 겁니다.
후기
최강야구를 기획한 장시원 PD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도시어부와 강철부대 시리즈로 이미 천재성을 인정받은 연출자더군요.
예능에 대한 뛰어난 감각과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만들어낸 최강야구로 중년 아저씨는 매주 월요일이 행복합니다.
아직 장가 안 가신 것 같던데, 좋은 분 만나 행복한 가정 꾸리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